살롱/생각

#미국이 선진국이라고 느껴졌던 아주 사소한 순간들

Roy 2014. 7. 2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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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미국에서 잠시 생활하며 단지 경제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생활방식이나 사고 때문에 '미국이 선진국은 선진국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들이 있었다. 어찌보면 아주 사소한 순간들일 수 있는데, 그 순간 순간이 내게는 무척이나 크게 다가 왔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순간은 나의 백인 이모부가 자신의 손자와 어떤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이 재미 있는지 의견을 나누며 함께 구매하고 플레이하는 순간이었다. 아이는 사달라고 조르고, 부모는 할 수 없이 사주는 장면만 봤었으니 그 장면이 얼마나 충격적이고 이상하게 느껴졌겠는가? 


 처음에는 놀라움에 더해 이상하게도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나도 나이가 먹어도 계속 게임은 즐길 것 같고, 그러다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 게임을 고르고 즐기는 모습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부모님은 본인들이 어렸을 적 나의 조부모님과 함께 영화관에 간 추억이 없지만, 나는 우리 부모님과 자주 영화관에 가는 것처럼.



 또 다른 순간은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이광수가 연기하고 있는 투렛증후군 환자를 만났을 때였다. 사실, 맨처음 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아무런 문제 없이 회사 인터뷰를 통과하고, 누구나 아는 유명한 기업에 취업해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그가 참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취직하는 것이 전혀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듯 취급하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상당히 놀랐었다.


 그는 나랑 이야기 하는 순간에도 '삑' 같은 소리를 계속해서 냈으니, 긴 인터뷰 시간동안 틱장애를 숨기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그는 숨길 생각도 없었고, 그와 그를 고용한 회사 모두 그게 문제라고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다는 것이 포인트지만.


 그가 아무 문제없이 회사 생활을 한다는 사실이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 내가 오히려 특이한 것이었다. 나랑 그렇게 긴 시간 이야기를 하면서 내게 피해는 커녕 오히려 도움을 주고 많은 이야기를 해준 그가 대기업에서 인정받으며 회사 생활하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실로 흔한 말이지만, 정말 선진국은 단순히 경제만으로 정의할 수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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