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나라들을 많이 돌아 다녔지만, 인도는 제대로 단 한번도 방문할 생각을 안해봤던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올해 2분기 부터 회사일 때문에 인도를 주기적으로 방문하고 있습니다.

처음 인도를 방문했을 때의 느낌은 가히 충격적 이었습니다. 2000년대 초에 처음으로 배를 타고 중국 칭다오항에 도착했을 때는 우리나라보다 한 20년 정도 뒤쳐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인도에 처음 도착해서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인도의 판교(?!)라 불리는 그루가온 지역에 묶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건물이나 이런 것들은 우리나라와 별 차이가 없어 보였는데, 전체적인 느낌은 '이건 도대체 몇 년 정도 뒤쳐져 있다'라는 것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느껴졌습니다. 정말 뭐 하나 제대로 적응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건물들은 높고 깨끗하고 현대적인데, 도로 위에 쓰레기는 마구 버려져 있고, 소들은 소들대로 또 삐적 마른 채로 걸어 다니고, 마치 지금까지 단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카오스 세계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중국과 매우 친숙해 졌지만, 2000년대 초에 처음으로 중국을 여행했을 때, 너무 놀라운 일들이 많이 발생해서 “중국이니까…”, “이게 차이나 판타지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것과는 비교도할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인 일들이 계속 일어났습니다.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다는 뉴델리 인근의 시장을 방문한 후에는 닭고기를 한동안 먹지 못했습니다. 사실 닭고기 뿐만 아니라, 어떤 음식을 먹든 약간 체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각종 채소 위에는 파리 한 두마리가 날라 다니는 수준이 아니라, 채소 위에 파리들이 가득 앉아 있었죠. 그리고, 닭장 안에는 살아 있는 닭들이 짜부가 된채로 가득 들어있었습니다. 닭장 하나에 닭 한마리가 움직일 공간도 없이 있었던게 아니라, 닭장 하나에 살아있는 닭 9~10마리 정도가 짜부가 되어 같이 들어가 있었죠.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그 닭들의 눈빛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거 본 이후로 한국에 돌아와서 방목란을 사먹고 있습니다.

도로 사정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단순히 우리가 많이 들었던 소 때문에 길이 막히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2차선 도로는 매우 손쉽게 3-4차선 도로로 변했고, 차들은 아무데서나 유턴을 했습니다. 그로인한 교통체증이 정말 엄청났죠. 서울 출퇴근길 교통난과는 비교할바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정말 너무 엄청나다보니 짜증이 난다기 보다는, 무언가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매일 매일 경험해야 한다면 짜증이겠지만, 출장 때 마다 잠시하는 경험이다보니 흥미로운 퍼포먼스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오토릭샤와 오토바이들이 서로를 스치듯 지나다니고, 차들은 계속해서 클락션 울리고…… 근데, 특이하게 또 인도사람들은 클락션 울려도 짜증을 안내더라구요. 인도법인 회사 동료에게 문의하니 차들이 “내가 가고 있어. 니 뒤에 내가 있으니 조심하렴” 하는 경고 등의 의미로 클락션을 울리는 거라고 좋은 의미로 해석을 했습니다.

그리고 또 저의 무지 때문에 충격적이었던 것들이 있었습니다. 우선, 첫번째는 언어였습니다. 저는 인도 사람들은 당연히 영어를 잘할 줄 알았는데,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나 호텔 같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영어를 잘했지만, 우버기사나 이런 분들 중에는 영어를 거의 못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많은 인도사람들이 모국어인 힌디어, 벵골어, 타밀어 등의 언어를 사용하고, 영어는 학교나 대도시에서 일할 때만 접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사회적 격차가 워낙 심하다보니 교육수준에 따라 오는 차이도 있는 것 같습니다.

두번째는, 정말 더 저의 무지에서 온 충격이었는데, 달러가 통용되는 곳이 별로 없었다는 것 입니다. 동남아 여행할 때는 달러도 많이 썼는데, 인도에서는 제가 방문한 식당 중에 달러를 취급해주는 곳은 한 곳도 없었고, 웬만큼 큰 식당이나 호텔이 아닌이상 마스터나 비자카드를 받는 곳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급하게 ATM에서 돈 찾아 쓰느라고 애를 먹었습니다.
*인도공항에서 달러를 인도루피로 환전할 수 있는데, 최소 환전 가능 금액은 100달러 였습니다.

인도에 처음 출장 갈때는 에어인디아를 타고 갔었는데요, 돌아오는 항공편에서도 엄청난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뉴델리의 온도가 40-50도 수준이었는데, 뉴델리공항에서 탄 비행기의 에어컨이 고장이 났었습니다. 엄청난 더위 속에 에어컨 고장난 채로 한시간 정도 있으니까 정말 기절할 거 같더라구요. 사람들 다 부채질하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승무원들은 사과도 안하고, 항의해도 고장났다고 인정도 안하고, 조금만 있으면 시원해질거라는 말만 계속하더라구요. 그래서, 땀 뻘뻘 흘리면서 비행기 타고 있었는데, 이륙해서 고도가 올라간 다음에는 또 너무 추워져서 제대로 감기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금액이 조금 더 비싸더라도 무조건 대한항공만 타고 있습니다.

써놓고 보니 인도에 대해 좋은 기억은 하나도 없는 것 같은데, 또 돌이켜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왜 그렇게 인도여행을 좋아하는지 알 것도 같습니다. 물론, 저는 아니지만! (당장 한 달안에 또 인도 출장 가야 하는데… 벌써부터 스트레스 받네요…)
그렇지만, 제가 이렇게 인도를 좋아하지 않지만, 인도출장을 5번 정도 다녀오면서 결정한 사항이 있습니다. 바로, 월급 받아서 일정액을 인도ETF에 주기적으로 투자하는 것 입니다. 지금 이대로는 안되고, 무조건 성장해야하는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20년 전 중국보다 더 성장해야 하는 나라가 인도라는 생각이 들었고, 무언가 지금부터 투자해 놓으면, 제 노후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여행 > 인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도생활?! 뉴델리/그루가온에서 단비같은 시원한 버블티 즐기기, 갓티 (got tea) (1) | 2024.10.1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