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대만 생활기

대만 타이베이 직장인 생활 5개월 차, 나는 여기서 살고 싶은가...?

Roy 2021. 6. 2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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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국에서 회사생활을 할 때 대만으로 자주 여행을 왔었다. 주말끼고 2박 3일이면 충분히 왔다갈 수 있는 여행지 였기 때문에 1년에 한 두번씩 방문을 했었고, 그때마다 대만은 참 살기 좋은 곳 이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내가 한국이 아닌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살게 된다면 그건 대만이나 싱가폴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몇 번 했었다. 그래서, 이번에 호주 생활을 정리하고 대만으로 건너 오면서도 걱정이 아예 없었다면 거짓말 이지만, 걱정 보다는 설레임이 훨씬 더 컸다. 

 

그렇게 여행이 아닌 직장인으로써의 삶을 시작한지 5개월 차, 나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을까? 오자마자 워낙 다양한 일들을 겪어서 그런지 몰라도 지금의 나는 대만을 내가 장기적으로 살고 싶은 나라로 보진 않는다. 물론, 매우 다행히도 일적인 부분에서의 만족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대만행 자체를 후회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매우 만족 스럽다. 다만, 이 일이 끝난 후에도 계속 대만에 남아 있고 싶냐는 물음엔 'Yes' 라고 대답하진 못하겠다.

 

내가 예전에 여행을 왔을 때 느꼈던 것처럼, 지금의 대만에도 여전히 싸고 맛있는 음식들이 많이 있다. 우리돈으로 7-8천 원 정도면 따뜻한 우육면 한 그릇을 먹을 수 있고, 우리나라에서 먹으려면 만 원 이상은 줘야할 것 같은 퀄리티의 일식 라멘들도 5-8천 원 수준으로 만나볼 수 있다. (그런데, 대만엔 진짜 음식 수준이 꽤나 높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일식집들이 많은 것 같다❤️) 직장인들이 점심으로 많이 먹는 도시락류의 음식들도 5-8천 원이면 꽤나 괜찮게 먹을 수 있다. 하이라이트로 내 사랑 버블티도 2-3천 원 수준이다. (그렇지만, 예전에 다른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당연히 여기도 비싼 음식들은 비싸다. 특히, 제대로 된 한식 먹으려면 한국 보다도 비싼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대만에서 좋아했던 장소들도 그대로 있다. 아니, 오히려 5개월이나(?) 살다보니 짧게 여행 왔을 때는 몰랐던 숨은 보석 같은 장소들도 더 많이 알게 되었다. 내가 대만 여행을 하면서 좋아했던 부분들은 이렇게나 다 그대로인데, 왜 나의 대만을 향한 사랑은 식어버린걸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느낌이고 경험인데, 이곳에 삶을 정착하기 위해 드는 노력과 난이도가 꽤나 높은 것 같다. '다시 한번',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초기 정착 과정이 미국이나 호주랑은 비교할 수 조차 없을 정도로 힘들었고, 중국 본토 보다도 더 힘들었다. 나 같은 경우엔 회사에서 집 구하는 거랑 기본적인 은행 계좌 개설 업무 등은 다 도와줬는데도 불구하고, 초기 정착 과정이 매우 힘들고 지루했다.

 

중국 본토에 비해 챙겨야 할 시스템 같은 건 더 많이 가지고 있는데, 그 시스템이 충분히 디지털화 되어 있지 않아서 (또는 시스템은 있는데 그 시스템이 시스템적으로(?) 잘 돌아가지는 않는 상황이라서) 이런 느낌이 들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일단, 내가 겪은 일들 부터 풀어보자면, 내가 처음 받은 대만 거류증엔 국가명이 한국이 아닌 말레이시아로 적혀 있었다. 거류증이 있어야 은행계좌도 개설하고 이런저런 일들을 할 수 있었는데, 거류증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 바람에 당연히 모든 은행관련 업무들도 뒤로 밀렸다. 은행계좌가 없으니, 월급도 못 받고 있었고...... 결국은 모든 일들이 생각보다 다 너무 느리게 처리되서, 첫 월급은 현금으로 받았었다.

 

거류증을 받았다고 다 끝난게 아니었다. 통장을 만드는 일도 쉽지 않았다. 올 초에 외국인 거류증에 부여된 통일번호 시스템이 변경 되었는데, 내가 만난 은행 담당자가 해당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은행 시스템에도 해당 내용이 업데이트 되어 있지 않았다. 다행히도 내가 외국인 통일번호 시스템이 변경된 뉴스를 가지고 있어서, 해당 직원이 여기저기 확인 통화를 한 후에야 통장을 만들어 줬는데...... 정말 이 날도 통장을 못 만들었다면, 나는 정말 엄청 울었을지도 모른다.

 

자연재해도 많다. 나는 대만 자가격리 호텔 생활 중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지진을 제대로 경험해 봤는데, 정말 무서웠고, 그 느낌을 한동안 못잊을 것 같다. 격리 중에 호텔이 흔들리는데, '이거 1층으로 내려가야 하나?, 방 밖으로 나가면 벌금 폭탄 맞나?' 라는 두 가지 생각이 번갈아 가면서 드는데, 진짜 끔찍한 경험이었다. 그 이후로도 지진을 몇 번 더 경험했는데, 여전히 적응이 잘 안된다.

 

그리고, 올해는 가뭄 때문에 일부 도시에서 주 1-2회 정도의 단수까지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상하수도 시설도 잘 안갖춰져 있는지, 얼마 전에 비 하루 엄청 왔다고 수도인 타이베이의 도심이 물바다가 되기도 했다. 거기에 더해 요즘엔 코로나까지 터졌는데, 관리를 정말 못하는 것 같다. 그동안 잘 틀어막고 있었던 거지, 관리를 잘 하고 있었던 건 아닌듯한 느낌...? (물론, 잘 틀어막고 있었던 것도 대단하고, 잘한 일이지만.) 일단, '교정회귀' 라는 이름으로 발표 되었던 코로나 확진자수가 계속해서 변경된다. 그리고, 검사시설이 부족해서인지, 검사량도 매우 부족한 느낌이다. 6월 달만 놓고 봤을 때, 확진자수 대비 사망율이 거의 10% 이다. 

 

아, 그리고 중국 본토나 주요 이민국가들에 비해 한인사회의 규모도 매우 작고, 그렇다보니 제대로 된 한인슈퍼도 많지 않고, 현지화되지 않은 '한국인을 주타겟으로 하는' 한식집도 많지 않다 😭  그나마 다행인건 한류 때문인지, 동네 슈퍼나 편의점에서도 인기 있는 한국 라면이나 과자 등은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이렇게 글을 써놓고 보니, 내가 대만 생활에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긴 한 것 같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감이 더욱 커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만, 정말 현재 하고 있는 일이랑 회사람들이 좋아서, 대만에 온 걸 후회하지는 않는다. 이건 정말 다행인 것 같다 👍)

 

 

다음 번엔 내가 좋아하는 대만의 모습에 대해서 써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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