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중국 이야기

중국에서 안보이는 한국 화장품?

Roy 2019. 6. 10.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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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흥미로운 기사 하나를 읽었다.


중앙일보 발 '[단독]다이공 싹쓸이 독 됐다…中서 안 보이는 한국화장품' 이라는 기사였는데, 이 기사의 내용 중에 일부 동의하지 않는 부분들이 있어서 이번 포스팅을 하게 되었다.


* 원문기사 링크: https://news.joins.com/article/23492293 



우선, 내가 느끼기에도 중국인들 사이에서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건 맞는 것 같다. 일단, 피부로 확 와닿는 건 중국 친구들의 한국 화장품 구매 문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실제로 최근엔 '나 이번에 한국 들어가는데, 한국 화장품 뭐 사다줄까?'라고 먼저 물어도 '아니야, 나 요즘엔 유럽/미국/일본 화장품 써'와 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중앙일보 기사에서 설명하고 있는 이유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잃어서이다. 중국인들이 한국으로 관광을 와서 면세점 등에서 싼 가격에 한국 화장품을 싹쓸이 해가다 보니 '싸구려 제품' 이미지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 의견은 조금 다르다. 난 우리나라 화장품 브랜드들의 중국 내 가격정책 실패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한류 콘텐츠 등의 인기를 등에 엎고 너무 비싸게 팔려고만 했던게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도 중국 북경 오도구에 있는 에뛰드 매장에 갔다가 너무나 비싼 가격에 놀랐던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선 상대적으로 저가 브랜드 이미지가 강한 미샤 매장에 갔다가도 비싼 가격에 놀랐었다. 그리고, 그 이후론, 우리나라 화장품은 정말 급한 경우가 아니고선 중국에서 절대 구매하지 않았다. 




기사를 읽어 본 김에 중국 에뛰드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BB크림의 가격을 검색해 보았다. 118RMB, 우리 돈으로 2만 원 수준이다.




동일한 제품을 우리나라 에뛰드 홈페이지에서 검색해 봤더니, 12,000원 이었다. 약 1.5배 가량의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이다. 


문득, '중국의 관세 또는 유통구조 때문에 가격이 비싼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중앙일보 기사에 따르면 현재 중국 내 화장품 점유율 1위인 로레알 파리의 제품도 프랑스 현지와 중국 내 가격이 많이 다른지 검색해 보았다.




우선 중국 내 로레알 파리 BB크림 중 하나의 가격은 120RMB로, 역시나 우리 돈 2만원 수준이었다.




그리고, 완벽하게 동일한 제품을 로레알 파리 프랑스 홈페이지에서 찾진 못하였으나, 이곳에서 판매 중인 BB크림 대부분의 가격도 우리  돈으로 2만원 수준이었다. 즉, 우리나라 에뛰드와는 달리 프랑스 파리에서 판매되는 가격이나, 중국 내에서 판매되는 가격에 큰 차이가 없었다.


많은 이들이 '중국인들은 셈에 빠르고, 돈을 밝힌다' 라고 이야기 한다. 그런데, 만약 그들이 정말 그렇게 '얄미울 정도로 돈을 밝히고, 셈이 빠르다면' 한국 화장품을 구매하면서도 그 가치를 따져보지 않을까? 나는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화장품을 사용하는 중국인 친구들로부터 내가 가장 많이 받은 질문도 '한국에서 구매해도 이 가격이야?'였다.




이왕 시작한 김에 조금 더 비싼 라인업을 찾아 보았다. 더후 공진향 기앤진 아이크림의 중국 내 공홈 판매 가격은 838RMB, 즉, 14만 원이다.




인터넷에서 더 싼 가격에 찾을 수도 있었지만, 우리나라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가격은 11만 원 수준이다. 그런데, 사실, 이 정도 차이면 양호한 수준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 화장품의 한국 내 가격과 중국 내 가격엔 큰 차이가 존재한다. 


예전에 매우 친한 중국인 친구 어머니의 부탁으로 설화수 아이크림, 페이스클렌저, 스킨, 로션 등을 사다드린 적이 있는데, 중국인 친구 어머니가 한 말이 '중국에서 설화수 아이크림 하나 사는 가격 보다도 싼 가격에 다 샀네' 였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내 가격과 해외 가격이 많이 차이 나는 브랜드 제품의 경우에는 뉴스에도 나오고, 사회적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 점에 있어선, 당연히 중국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중앙일보 기사에서는 면세점에서 싼 값에 구매하는 화장품 이란 이미지가 굳어지면, 국가 이미지까지 훼손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난 그 반대의 사유로 우리나라 화장품의 점유율이 낮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인들이 '어차피 한국 화장품이 저렴하지 않다면 (=같은 값이라면), 한국보다 더 선진국으로 인식되는 일본/유럽/미국 화장품을 사겠다'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장품 때문에 국가 이미지가 낮아진다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 이미지 때문에 같은 가격엔 경쟁이 안되고 있다고 보는게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또한 역시 우리나라 화장품 브랜드들의 중국 내 가격 셋팅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한국과 중국 간 한국 화장품 가격 차이가 보따리 장수들을 키웠다고도 생각한다. 나만 해도, 중국에 있는 동안 '한국 화장품 떼어다 제대로 한번 팔아 볼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내 지인이 아닌, 지인의 지인이 부탁을 한 경우엔 원래 가격보다 돈을 조금씩 더 붙여서 받기도 했는데, 그런 경우엔 어렵지 않게 왕복 항공권 정도를 벌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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