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중국 이야기

(일상) 북경 일기 1 | 북경, 그리고 나.

Roy 2019. 1. 2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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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이 곳 호주 시드니로 보금자리를 옮기면서 중국 북경에 이렇게 오랫동안 가지 못할 것이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북경에 있는 친구들한테도 1년에 한 번 이상은 올거니까, 그때마다 꼭 보자라고 이야기 하면서 떠나왔는데, 벌써 1년 반째 북경을 못가고 있다.


그래도 한국은 내 나라고, 가족들이 있기 때문에 작년에만 4번을 다녀 왔는데, 북경은 다시 가기가 참 힘들다. 그래서 오늘부터 나의 3년 간의 북경생활을 천천히 정리하면서, 그 그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 보려한다.




2014년 봄, 나는 북경에 도착했다. 사실 정말 좋았던 시절이다. 나 자신도 지금보다 훨씬 어렸기도 했지만, 한국인으로써 북경에서 생활하는게 참 편하고 좋았다. 우선, 정치적으론 한중관계가 훈풍이 불고 있을 때 였고, 김수현과 전지현이 출연한 '별에서 온 그대' 등 한국 드라마가 중국에서 그야말로 초대박을 터트렸다.




그래서, 유학생들이 몰려사는 동네인 오도구의 한 클럽에선 '한국인' 처럼 보이면, 입장료를 안 받기도 했다. 한국음식에 대한 향수도 그다지 없었다. 한국에서 먹던 맛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았으나, 한식점도 많았고, 한인 슈퍼도 많았다. 예전에 산동대학교에서 교환학생 생활 할 때는 김치랑 컵라면 같은거 항공우편으로 공수하느라 엄마 고생도 엄청 시키고 했는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경에서 항상 좋기만 했던 건 아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정말 눈 앞에 보이는 건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고, 그런 날 밖에 나갔다가 손으로 코끝을 살짝 만져보면 검은 먼지가 묻어나왔다. 


밤 늦게까지 클럽에서 놀던 날이면 꼬치형식으로 마라탕을 파는 길거리 음식점에서 허기를 채우곤 했는데, 어느 날 그 음식점의 주인장이 정말 음식물 쓰레기 더미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그마나 깨끗한 야채들을 골라서 챙기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하였다. 더 최악이었던 건, 길거리 양꼬치를 즐겨 먹곤 했었는데, 어느 날 중국정부에서 길거리에 붙여 놓은, 지금 생각해도 토가 쏠리는 포스터를 발견하기도 했었다. 그 포스터엔, '당신이 지금 먹고 있는게 양고기라고 생각하나요?' 라는 물음과 함께 고양이와 쥐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 있는 사진이 붙어 있었다.


이렇게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이 공존하는 북경, 나는 그런 북경에서 다시 한번 살고 싶다. 왜? 도대체 북경이 나한테 어떤 의미이기에?




나는 북경에서 어학연수 생활 1년, 정규 석사(MBA) 과정 2년, 그리고 석사 과정 마무리 단계에 매우 짧지만 직장생활을 6개월 정도 했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정말 많이 돌아 다녔다. 아주 운이 좋게도 좋은 친구들도 많이 만났고.




실로 큰 발전이었다. 내 인생 첫 북경은 대학교 1학년 겨울 방학 때 고등학교 친구와 함께한 중국 배낭여행이었다. 그 때 인천에서 배타고 청도까지 가서, 다시 청도에서 침대기차타고 북경까지 갔었는데, 그 당시엔 정말 중국어를 한 마디도 못했었다. 


그래서 청도에서 북경으로 가는 기차에서 화장실 때문에 개망신을 당한 경험도 있다. 청도역에서 기차 탑승하자마자 화장실이 너무 가고 싶어서, 화장실을 찾았는데 문이 다 닫혀 있었다. 여행 회화책을 가져와서 '화장실에 가고 싶어요' 라는 문구를 승무원한테 보여줘도, 승무원이 웃으면서 뭐라고 말만 하고 화장실 문을 안열어 줬다. 혹시, 회화책이 잘못 되었나 싶어서 정말 손가락으로 그 부위를 가르키면서 발을 동동 굴렀었다. 그 만큼 급했다. 그 때 내가 불쌍하게 보였는지, 조선족 한 분이 기차가 역을 떠나야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을 해줬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이불킥 감이다.




정말 고생고생하며 한달 간 중국 여행을 했었는데, 그 기억이 좋았다. 그래서 다니던 대학교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다시금 중국에서 6개월 간 생활을 했다. 그때도 한 달 중국어 배우고 무작정 갔던거라 엄청 고생을 했었는데, 그때의 기억도 결과적으론 매우 좋았다. 그래서 잘 다니던 회사 때려치고, 이렇게 3년 이란 시간을 또 보냈던 거겠지?




지금은 많이 느려진 것 같지만, 적어도 내가 있는 동안 중국은 사회 변화와 경제 발전의 속도가 정말 어마어마 했다. 그리고 그런 변화와 발전을 지켜보는게 재미있었던 것 같다. 살다보니 사람들도 좋았다. 물론, 살면서 그들의 '불친절함'에 엄청 짜증났던 적도 많기는 한데, 흔히 말하는 '츤데레적' 매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초반엔 신경이 곤두서서 언제든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날 수록 그냥 그러려니, 저 사람도 저게 진심은 아니려니 하면서 이해를 했던 것 같다.


앞으로 북경에서의 추억을 천천히 되짚어 보면서도 이 긍정적인 기분과 추억이 그대로 남아있길 바라본다. (사실 아주 조금 걱정이 되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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