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호주 이야기

호주 워킹홀리데이 (워홀 후기) : 워홀러의 그림자, 현실, 어두운 면

Roy 2015. 3. 28.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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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는 이래저래 참 살기 좋은 나라같다. 그리고, 얼마전 일자리 구하기 관련 글에서 언급했듯이 최저시급도 상당히 높은 노동자의 천국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온 사람들, 그러니까 워홀러들의 삶은 어떨까?


 호주에 와서 짧은 기간이지만 밝고 좋은 면도 많이 봤고, '이민을 올까?' 하는 생각도 진지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 그 밝은면 만큼 우리나라 워홀러들의 어두운 면도 많이 봤다. 



 농장 생활은 못해봤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시티에서의 삶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나는 참 정말로 운이 좋게도 집값을 거의 내지 않는다. 예전에 중국에서 만난 중국인 친구들이 공짜로 머물게 해줘서 양심상 전기세, 물세 등의 명목으로 아주 소액을 지불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나의 삶은 다른 워홀러들보다 '아주! 아주!' 많이 여유롭고 편하다.


 호주 시드니의 집값은 정말 어마어마 하다. 얼마전에 만난 한 워홀러는 방 2칸짜리 집에 총 8명의 한국인이 살고 있다고 했다. 여자 4명, 남자 4명이 각 한 방을 쓰고 있는 그 집에서 개개인별로 지불하는 금액은 무려 주당 120A$ 이다. 6~7평 정도 되는 방을 혼자도 아니고 4명이서 나눠 쓰느는데도, 인당 우리돈으로 월 40만원 정도씩을 내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며 그 방을 2명이서 쓰려면 월 80만원, 혼자 쓰려면 월 150만원 수준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집값만 비싼게 아니라, 모든 생활물가가 다 비싸다. 길거리를 걷다가 목이 말라서 편의점에 들어가 작은 생수병 하나를 사면 2~3천원을 내야한다. '에비앙' 같은 고급물이 아니라, 그냥 물이다. 콜라 한캔 집어도 똑같다.


 즉, 최저시급이 비싼만큼 모든게 비싼데, 영어를 잘 못하는 한국인들은 대부분은 영어가 필요 없는 한인 업체의 주방 등에서 근무를 하는데, 그런 곳들 중에 최저임금을 챙겨주는 곳은 거의 없으니, 한국에서 꿈꿨던 평화로운 워홀러의 삶은 '굿바이'가 된다. 최저시급을 보장받지 못하니, '삶의 질'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다.


 많은 워홀러들이 호주 최저임금의 70~80% 수준인 우리돈 만원 정도를 받고 한인식당 등에서 일하는데, 이렇게 하루에 10시간씩 주 5일을 일하면 주당 50만원, 월에 200만원이 손에 들어 온다. 혼자 여유롭게 방쓰려면 방값 빼고 나면 50만원 남는 것이다. 영어 학원비도 비싸기 때문에, 50만원으로 한달 영어학원 등록하기도 힘들다.


 그리고, 이렇게 하루에 10시간씩, 그러니까 아침 10시 정도부터 밤 8시 까지, 또는 점심시간 1시간은 무급으로 하는 식당의 경우 아침 10시부터 밤 9시 까지 근무하고 나면, '일하면서 돈벌어서 영어공부 해야지!' 하는 다짐과도 '굿바이'다. 출퇴근 시간까지 합치면 하루의 절반, 눈 떠있는 시간의 대부분은 그냥 한국말 하면서 일만 한다.


 물론, 이렇게 일하면 주말엔 힘들어서 무언가 색다른걸 하기엔 체력이 부족하고, 또 집값, 생활비 내다보면 남는 돈도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3~4명씩 한 방을 나눠쓰고, 돈이라도 최대한 모으는 것이다.


 물론 '주경야독'의 자세로 '돈도 벌고, 영어 공부도 하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건 정말 극소수고, 정말 죽도록 일만하다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자연경관이 좋으니, 그걸 배경으로 그냥 웃으면서 사진 한장 찍어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엔 '잘 살고 있음'을 한국에 알리는 재미로.


 정말 영어 못하면서 호주에 워홀 오면, 한국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힘들어서 기피하는 일들을 제대로 임금도 못받고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삶을, 이곳 호주에서 시작하게 될 확률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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