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중국 이야기

중국 북경 어학연수 후기 : 내 나이가 어때서?

Roy 2015. 2. 17.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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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년간의 어학연수를 되돌아 보면 좋은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참 많은 추억들을 쌓았다. 처음 어학연수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30살인 나의 나이가 걸렸지만, 나이는 숫자일 뿐이었다.


 최근 중국 북경 (베이징)에서의 어학연수 후기를 몇 개 올리면서, 비밀댓글 등으로 대학생이 아닌 일반인의 어학연수 생활에 대해 문의하시는 분들이 간혹있다. 생각해보면 나도 그랬던 것 같다. '20대 초중반의 어린 친구들과 잘 어울려서 생활할 수 있을까?' 부터 시작해서, 이런저런 걱정거리들이 많았던 것 같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나의 개인적인 의견은, 나이 먹어서(?) 어학연수에 가도 본인의 마음가짐과 노력여부에 따라 정말 즐겁고 보람찬 어학연수 생활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처음 북경공항에 도착했을 때 같은 유학원을 통해 온 사람들을 만났다. 그때 가장 처음 만난 한국분은 우리 엄마와 연세가 비슷하셨다. 그 아주머니와 같은반 친구였던 한국 친구의 말을 들어보니, 그 반에는 그 아주머니와 연세가 비슷한 아저씨 한분도 더 계셔서, '아빠, 엄마, 아들' 이라고 서로서로 부르며 잘 어울려 지냈다고 한다.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보건데, 20대 초중반의 대학생 친구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건 사실이지만, 생각보다 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어학연수 과정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삶을 준비하기 위해 온 사람들도 있었고, 회사에서 연수로 온 사람들도 있었다.


 어언대에선 우리반이 15명 정도 였는데, 아시아MBA를 준비중이었던 30살 나를 포함해, 미국에서 근무하다가 아시아쪽 브랜치에서 근무하고 싶어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30살 싱가폴 친구, 이탈리아에서 중국인 상대로 여행가이드 하고 싶다고 온 30대 중반의 이탈리아 친구, 회사에서 연수를 보내줘서 온 30대 중반 일본인 친구 등이 연령대가 조금 있는 편이었다.


 칭화대에선 나를 포함해 홍콩에서 로스쿨 과정을 밟고 있는 20대 후반 홍콩친구, 한국 회사에서 연수를 보내줘서 온 20대 후반 한국친구, 중국어-러시아어 동시통역사를 꿈꾸는 30대 중후반의 러시아 친구, 다른나라 언어 배우는 것이 좋아 중국에 온 30대 중후반의 스페인 친구, 회사에서 연수를 보내줘서 온 30살 일본인 기자 친구 등이 연령대가 있는 편이었다.


 어쨌든 2곳 모두에서 연령대 있는 우리끼리 더 친하게 지내고 하는 것 없이, 반 친구들 대부분이 잘 어울려 지냈고, 또 열심히 공부했다. '젊은 친구들 머리를 어떻게 따라가지?' 하는 걱정을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두곳 모두에서 학업성적이 가장 좋았던 사람들은 30대 이상의 학생들이었다. 



 그래서 내 개인적인 의견으론, 나이 먹고(?) 어학연수를 갈 때 고민해야 하는 부분은 '나만 나이 먹고 왕따 당하는거 아닌가?', '학업을 따라갈 수 있을까?' 같은 부분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내가 어학연수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불안감' 이었던 것 같다.


 성과급이 30%니 40%니 하면서 이야기하는 회사 동기들의 단톡방, 갓 태어난 자식들 이야기를 하는 고등학교 친구들의 단톡방 등을 보며, 남들은 다 앞으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고 있는 이 시점에 나만 뒤쳐지는 것 아닌가 하는 그 불안감을 떨치는게 정말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그 불안감을 모두 떨쳐버릴 순 없겠지만, 그나마 줄이려면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어학연수를 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20대 초반에 어학연수를 간다해도 목표가 있어야 하는데, 나이 먹고 가는 어학연수는 말해 무었하겠냐마는 현실도피로 어학연수를 온 친구들도 봐온터라 이 부분만은 꼭 말하고 싶었다. 또,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간 사람들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나태해지기 쉽고, 나태해지면 불안해지기도 쉽기 때문에 정신 바짝 차려야 하는 것 같다.


 이건 올 8~9월부터 또다시 MBA라는 새로운 학업을 시작하는 나에게 하는 소리이기도 하다. 나의 통장잔고가 줄어들고 있는 사이, 친구들은 통장잔고를 늘리고, 집을 살 것이다. 나에 대한 스스로의 믿음과, 스스로의 믿음에 배신하지 않을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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