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국내 문화

영화 '동주', 그리고 그의 시.

Roy 2016. 10. 21. 16:15
반응형


어제 북경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영화 '동주'를 봤습니다. 원래 북경-인천 노선은 거리가 짧아서 영화 한편을 다 보기 힘든데, 비행기가 한시간 정도 늦게 이륙한 덕에(?) 영화를 다 볼 수 있었죠ㅎ




사실 제가 이준익 감독님 영화의 팬이라서 '동주'를 꼭 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해외에서 생활하다 보니까 영화를 볼 기회를 쉽사리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어제 탑승한 비행기에 영화 '동주'가 플레이 리스트에 있어서 보게 되었죠! 덕분에 비행기 안에서의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영화가 끝나기 전에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들었죠.




이미 많은 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동주'는 흑백영화 입니다. 그런데, '흑백' 이라서 불편하거나 했던게 전혀 없고, 오히려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론 흑백화면이 영화의 분위기와 상당히 잘 어울렸던 것 같습니다. 강하늘이란 배우의 목소리도 흑백영화와 잘 어울렸던 것 같구요.




영화 중간 중간 강하늘이 윤동주 시인의 시를 독백하듯 읽는 장면들이 나오는데요, 강하늘의 목소리로 듣는 윤동주 시인의 시들이 참 좋더군요. 그래서, 오늘 오전엔 동네 도서관에 가서 윤동주 시집을 읽고 오기도 했습니다.




강하늘 이란 배우... 무언가 목소리 뿐만 아니라 비쥬얼도 흑백영화랑 상당히 잘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영화 '동주' 보면서 그에 대한 팬심이 생긴 것 같네요. 하하.



 

영화를 보는 동안 안타까운 마음도 많이 들었습니다. 시를 쓰는 것 조차 부끄러워했고... 괴로워했고... 그래서, 영화 속 사진에서처럼 환하게 웃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죠...



'바람이 불어 - 윤동주'


바람이 어디로부터 불어와

어디로 불려가는 것일까,


바람이 부는데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다.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을까,


단 한여자를 사랑한 일도 없다.

시대를 슬퍼한 일도 없다.


바람이 자꾸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위에 섰다.


강물이 자꾸 흐르는데

내 발이 언덕 위에 섰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