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해외 문화

낙태에 대해 다룬 로맨틱 코미디 영화 'Obvious Child'

Roy 2016. 9. 9.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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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Obvious Child' 라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한편 봤습니다. 사실, '가벼운 코미디 영화 한편 보고 자야지' 라는 생각으로 아마존에 들어 갔다가, 상세 내용도 확인 안하고 포스터 느낌이 마음에 들어서 선택한 영화 인데요, 영화 내용이 현실적이면서도, 어떻게 보면 제가 알고 있던 일반적인 상식을 깨는 내용이라서 하루가 지난 지금까지도 여운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남자주인공이랑 여자주인공이 서로 마주 보고 서있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보여서ㅋ 그래서 보기 시작했는데, 어떻게 보면 무거울 수도 있는 주제인 낙태에 대해 다룬 영화더라구요.



* 아래 부터는 영화에 대한 결말을 포함한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이 포스터를 봤다면... 영화 내용에 대해 조금은 알고 보기 시작했을텐데... 영화를 본 후에야 이 포스터를 봤네요. 하하.


우선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여운이 길게 남았던 이유는 결말이 보통의 영화와는 달랐기 때문 입니다. 무언가 보통의 영화답지 않은 결말을 가지고 있다고나 할까요?


영화를 보고난 후의 느낌이 제가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봤을 때와 비슷하다면 비슷 했는데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보통의 영화와 달리 남자주인공이 결국은 장애가 있는 여자주인공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그 모습이 참 슬프면서도... 현실의 나도 저런 상황에 처한다면 결국은 영화 속 남자주인공처럼 이별을 선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이번 영화의 결말도 제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영화의 결말은 무언가 안타까운 느낌을 주면서도, 한편으론 행복한 느낌도 주었다는 겁니다.



*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이 포스팅은 영화에 대한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이야기는 낮에는 서점에서 일하고, 밤에는 바에서 코미디를 하는 여자주인공 도나가 오랫동안 사귀었던 남자친구와 헤어지면서 시작됩니다. 도나의 남자친구가 도나의 친구와 바람이 나서 도나를 떠나죠.




힘들어하던 도나는 코미디를 하던 바에서 엄청 반듯해 보이는 청년 맥스를 만나게 되는데요, 둘이 처음 만난 날... 둘다 술에 엄청 취해서 하트가 '뿅뿅'... 그리고 '원나잇'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만 그 '원나잇'을 한날... 둘다 술에 너무 취해서 콘돔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고, 결국 도나는 임신을 하게 됩니다. 둘은 운명처럼 계속 마주치게 되지만, 도나는 계속해서 맥스를 피하죠.


사실, 둘이서 미래를 약속했던 연인 사이도 아니고, 서로 호감만 가지고 있던 상태에서 '덜컥' 임신이 되었으니... 도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그냥 맥스를 피하고, 낙태를 결정합니다.


그리고, 도나는 본인의 낙태 결심을 가장 친한 친구들과 엄마에게 말하게 되는데요, 낙태를 한다고 도나를 나무라거나 비난하는 사람 없이, 모두가 따뜻하게 도나를 감싸줍니다. 도나가 울면서 엄마한테 '할 말이 있다' 면서 낙태를 해야 한다고 하니까, 엄마가 최대한 놀란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휴, 난 또 네가 LA로 떠난다고 말할 줄 알았네' 라고 말하면서, 도나를 위로해 줍니다. 엄마도 낙태 경험이 있었다며, 도나에게 본인의 경험을 공유해 주기도 하구요.


낙태를 해야 하는 상황을 안만드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지만, 혹시라도 그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낙태를 선택해야 하는 본인이 가장 힘들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우린 낙태를 해야하는 사람에게 아무런 위로 없이 비난 부터 하지는 않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영화가 신선했던 또다른 이유는 바로 결말 인데요, 맥스는 결국 도나가 임신을 했고, 또 낙태를 결심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여타 다른 로맨틱 영화와 마찬가지로 도나가 낙태를 하는 당일날 도나를 찾아 옵니다.


사실, 저는 여기서 보통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처럼 맥스가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다, 아이 낳아서 같이 키우고 싶다' 라고 말 할 줄 알았는데, 맥스는 '낙태수술 하는데 같이 가주겠다' 라고 말을 합니다. 둘은 같이 낙태수술을 받으러 가고... 전 도나가 최종적으로 낙태수술을 받은 후의 장면이 나오기 전까지... 수술을 시작하는 그 순간까지도... 맥스가 뛰어와서... '하지 말라고' 말할 줄 알았는데... 도나는 결국 낙태수술을 합니다. 


물론, 저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보는 입장에서, 둘이서 아이 낳아서 행복하게 살기를 희망 했지만, 현실적으로 '연인 관계도 아니고,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할까 말까한 사람들이 갑자기 임신을 했다고 해서, 아이를 낳고, 결혼을 해서 행복하게 사는게 가능할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결국 이런 상황에서 낙태를 결정하는게 더 현실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다시 한번 제 상상 이상의 것을 보여 주었는데요. 낙태수술을 한 후에도, 맥스는 도나 곁을 떠나지 않고... 위로해 주면서... 임신 했다는 사실을 알기 전처럼 '사랑이 막 시작되는 듯한' 알콩한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가 끝이 납니다. 둘 모두 '낙태'를 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기는 했지만, 이 장면에서 만큼은 맥스도 도나도 참 멋있어 보였어요.


결과적으로 'Obvious Child'는 저에게 생각해 볼 거리들도 많이 던져 준 것 같아요. 그래서, 영화를 본 후에 정말 괜찮은 영화가 의도치 않게ㅋ 얻어 걸린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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