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중국 이야기

#북경어언대 어학연수기_"늦지 않았다!"

Roy 2014. 4. 3. 16:56
반응형

 'Welcome to Beijing'


 2014년 4월 1일, 드디어 중국에 도착했다.


 한국 나이 31살, 만 30살에 새로운 삶에 도전하기 위해 인천발 중국행 비행기에 오른 후 2시간여만에 북경국제공항에 도착한 것이다. 잘 다니고 있던 회사에 퇴직의사를 밝히고, 중국으로 떠난다 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의 이런 결정에 의아함을 표했다. 특히 평소부터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높았던 우리부서 부장님은 한껏 과장된 표현으로 나에게 "삼성전자에서 마케팅하고 있는 너를 우리나라 사람 중 천 만명은 부러워할 건데, 왜 그만두느냐"며 나의 결정을 긴 시간 반대 하셨다.


 사실 벌어 놓은 돈이 많지도 않고, 만 30살이란 적지 않은 나이에 단순히 중국어 공부를 하겠다고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고 중국에 온다는 것은 나도 조금은 사치로 느껴진다. 떠오르는 강대국에서 이미 G2가 되어 버린 중국이란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배운다는 것이 값진 일이기는 하나, 그것때문에 모든 걸 버리고 중국에 간다는 것은 쉽사리 이해하기 힘든 결정일 것이다.


 나 역시 그러한 이유로 중국에 가겠다는 결정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용감한 사람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중국의 문화와 언어가 배우고 싶어서 온 것은 아니고, 이곳에서 중국MBA 입학 준비를 병행할 계획이다.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다니면서 MBA 입학준비를 해야 한다고 충고 해줬지만, 내가 머리속으로 생각하는 것과 같이 중국이란 곳이 나와 잘 맞는지 판단하며 중국MBA 입학 준비 및 결정을 하고 싶었다. 물론 과거에도 몇 번 중국이란 나라를 경험하면서 중국MBA에서 공부하겠다는 꿈을 키워왔지만, 아직 모르는 것이 많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정말 내가 오랜 기간 살면서 공부할 수 있는 곳인지 확인해 보고 싶다.


 사실 이렇게 중국에 와서 생활하며 중국MBA를 준비하겠다고 결정하는 데에는 나의 직장 생활이 많은 영향을 끼쳤다.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추천하고, 가고 싶어한다는 이유로, 나와 잘맞는지 생각도 안해보고 선택한 직장이었다. 4년간 많은 것을 배우며 성장했지만, 일을 하면서 행복한 순간들이 많지는 않았다. 그래서 다음부턴 어떤 것을 결정하든 내가 행복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고 선택을 하기로 생각했었다.


 이런 사유로 나에게는 정말 큰 결심을 하고 중국에 도착 했지만, 어찌보면 정말 사소한 것이지만 나를 걱정시키는 문제가 하나 있었다. '너무 늦게 공부를 다시 시작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그것 이었다. 사소하게는 내가 대학교 때 어학연수나 교환학생을 가보면 거의가 20대 초반 이었고, 군대 다녀온 남자들이 20대 중반으로 형이나 오빠 노릇을 하고 있었는데, 30살이나 먹은 내가 그들과 같이 수업듣고 생활하려 하면 조금 부담스러워 하거나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크게는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시작을 하기에는 너무 위험성이 높은 나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북경공항에서 같은 유학원을 통해 등록한 사람들을 만나보니, 내가 결코 늦은 나이에 온게 아니었다. 이번에 나와 같이 학기를 시작하는 분 중에는 56살, 우리 엄마 또래의 아주머니도 계셨다. 공항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늦은 나이에 와서 조금 걱정했었다고 웃으면서 이야기 했더니, 나보다 나이가 훨씬 더 많으신 분들이 결코 늦은게 아니라며, 나름 힘든 결정 했을텐데 잘 배우고 돌아가라고 격려해 주셨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별거 아닐 수 있지만, 늦은 나이란 생각 때문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던 나에게 "늦지 않았다!"라는 말은 정말 의미가 깊은 말이었다.




 그렇게 늦지 않았다는 자신감을 다시 한번 상기하고, 도착한 곳은 '북경어언대 17호동' 기숙사 였다. 북경어언대에 가는 대부분의 한국인은 17호동 또는 4호동에서 거주하는데, 17호동이 기숙사 중 가장 신식이고 시설이 좋다하여 이곳으로 선택했었다. 가격은 하루에 70원(한국돈 12,600원 수준) 이다. 


 1층에 인터넷이 되는 카페도 있고, 이런저런 생필품을 파는 매점도 있어서 사는데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을 것 같다. 어학연수생 중에 30% 가량은 한국인이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 매점에는 한국 제품들도 많이 있었다. 심지어 '삼다수' 생수와 '까스활명수'도 판매하고 있었다. 최대한 중국의 것을 이용하고 경험할 예정이지만, 혹여 한국 제품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쉽게 구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배정받은 방에 가보니 룸메이트가 이미 생활 중이었다. 물어보니 본과 4학년 한국인 이라고 했다. 기숙사나 학교 생활하면서 불편한 건 없는지 물어보니, 가끔 기숙사 건물에 바퀴벌레가 출몰하는 것 빼고는 딱히 불편한게 없다고 한다. 바퀴벌레가 나오는 방에서만 나오는데, 그 친구가 생각하기에 이번에 우리가 사용하는 방은 출몰하지 않을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한다. 벌레를 정말 싫어하는 나로써는 천만다행이고, 꼭 그리 되었으면 좋겠다. 아침마다 화장실과 방바닥 청소를 해주고, 침대시트도 일주일에 한번 정도씩은 갈아 주는 등 상당히 청결하게 건물유지를 하고 있는데, 왜 바퀴벌레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바퀴벌레가 안나오 길 바라며 기숙사 방에서 짐을 풀고 정리하다 보니, 새삼 내가 중국에서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하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 졸업 후 바쁘게 회사 생활만 하다가, 약 5년만에 다시 학생이 된 이 기분! 정말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설레이고 좋다! 중국에서 새로이 다시 써나가는 내 인생, 加油(찌아요, 화이팅)!


 


반응형